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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펀드 '자금 썰물'…킹달러에 속수무책

신흥국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활황세인 미국 증시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신흥국에서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하며 신흥국 증시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신흥국 펀드 설정액 ‘썰물’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베트남펀드에서 설정액 341억원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신흥아시아(-43억원) 인도(-229억원) 중국(-1649억원) 등 모든 신흥국 펀드에서 설정액이 감소했다. 수익률은 베트남펀드가 5.29% 하락해 가장 낮았고, 신흥아시아(-2.97%) 인도(-5.25%) 등 모든 신흥국 펀드가 약세를 보였다. 이 기간 설정액이 늘어난 펀드는 주요국 가운데 미국 펀드(4695억원)가 유일했다.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도 신흥국 펀드 자금은 급감하는 추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확정 후 1주일(지난 7~13일) 동안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 74억달러(약 10조3000억원)가 유출됐다. 주간 기준으로 2015년 8월 후 9년여 만의 최대 규모다. 반면 미국 펀드에는 같은 기간 약 560억달러가 유입됐다. 2008년 후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신흥국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내며 유망 투자처로 꼽혔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신흥국 화폐가치가 급등하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대거 들어왔기 때문이다. 인도 니프티50지수는 3분기 7.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와 베트남 VN지수도 각각 6.57%, 3.4%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확정으로 달러 가치와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0시 기준 106.55로 3개월 만에 5% 급등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4%대로 올랐다.

○“대규모 자금 유입 기대 어려워”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신흥국 펀드의 반등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론을 꺼내 들어 달러 강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은 52%다. 한 달 전 64.9%에서 50%대로 내려앉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인이 한국을 포함해 신흥국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차익”이라며 “신흥국에 투자한 시점은 다르지만 달러 가치가 급등할 땐 일제히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미국이 주요국 대비 견조한 경제 상승세로 글로벌 투자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화되고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신흥국에 대한) 자금 흐름이 어느 정도 개선되겠으나 미국보다 부진한 경제 여건과 관세 등 정책 위험을 고려할 때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원준 한국투자신탁운용 책임매니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라는 큰 방향성은 바뀌지 않았다”며 “베트남 증시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밑으로 내려가 과거 10년 평균 13배 수준이던 것과 비교해 매력적”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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